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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험설화,2 - 영험설화,2
작성자 아라
작성일 2015-05-19

승도스님의 출가와 이별 = 영험설화,


승도스님의 출가와 이별 - 영험설화,2
4) 축승도(竺僧度)
  
  승도의 성은 왕(王)씨로 이름은 희(晞)이다. 자는 현종(玄宗)이고 동완(東莞) 사람이다. 비록 어릴 때는 매우 보잘것없는 집안에서 자랐으나, 타고난 자태가 빼어났다. 열여섯 살이 되자 정신이 시원하고 빼어나서 남다르게 뛰어났다. 성품과 도량이 온화하여 고을과 이웃 사람들이 부러워하였다.
  
 당시에 홀로 어머니와 살면서 효성으로 섬기고 예를 다하였다. 같은 고을의 양덕신(楊德愼)의 딸에게 구혼하였다. 양덕신의 딸 역시 양반집의 규수로 이름은 소화(苕華)라 하였다. 용모가 단정하고 또한 고전공부도 잘하였다. 승도와 나이가 같았으므로 구혼한 날에 곧 서로의 결혼을 허락하였다. 미처 예식을 치루기 전에 소화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얼마 되지 않아 그녀의 아버지 또한 죽고, 승도의 어머니 역시 돌아가셨다.
 
 이에 승도는 마침내 세상의 무상함을 보고, 문득 느끼어 깨달은 바 있어, 곧 속세를 버리고 출가하였다. 이름을 승도라 바꾸고서, 속세 밖으로 자취를 옮겨 땅을 피해 유학하였다.
  이에 소화는 부모상을 마치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여인이 좇는 세 가지 길[三從之義]에서 홀로 서는 도리란 없다.’
  
 곧 승도에게 편지를 보냈다.
  “우리 몸의 터럭이나 피부조차 다치거나 훼손시켜서는 안 되거니와, 종실의 제사를 갑자기 지내지 않아도 안 됩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세간의 가르침을 돌아보게 하고, 먼 뜻을 바꾸어 우뚝이 빛나는 자태를 성대하게 하여, 밝은 세상에 빛나게 하고자 합니다. 멀게는 조상들의 혼령을 편안히 쉬게 하고, 가깝게는 사람과 신들의 소원을 풀어 위로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다섯 수의 시를 그에게 보냈다. 첫 수의 시는 다음과 같다.
  
   크나큰 도리는 스스로 끝없고
   하늘땅은 길고도 오래 가며
   거대한 바위는 소멸되기 어렵고
   겨자씨 또한 헤아리기 어려워요.
  
   사람이 한 세간에 태어남은
   회오리바람이 창문 사이를 지나는 것과 같아서
   부귀영화가 어찌 무성하지 않으리오만
   아침저녁 사이에 시들고 썩어가지요.
  
   냇가에서 시를 읊조리다
   해 저물 녘 술병 두드리는 일 생각만 해도
   맑은 소리 귀를 간지럽히고
   기름진 맛 입에 달라붙지요.
  
   비단옷으로 몸을 치장하고
   멋진 갓으로 머리를 꾸밀 수 있거늘
   어찌 머리를 깎고 수염을 깎아
   텅 빈 것에 탐닉하여 있는 것을 해치시나요.
  
   저의 구구한 정 때문이 아니라
   그대가 후세를 구휼케 하려구요.
  
   大道自無窮 天地長且久
   巨石故叵消 芥子亦難數
   人生一世間 飄忽若過牖
   榮華豈不茂 日夕就彫朽
   川上有餘吟 日斜思鼓缶
   淸音可娛耳 滋味可適口
   羅紈可飾軀 華冠可曜首
   安事自剪削 耽空以害有
   不道妾區區 但令君恤後
  
  이에 승도는 답서를 보냈다.
  “무릇 임금을 섬겨서 한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도를 넓혀서 만방을 제도하는 일만 같지 못하오. 어버이를 편안히 모셔 한 집안을 이루는 것은 도를 널리 펴서 삼계를 제도하는 것만 같지 못하오. 신체발부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세속에서나 가까이 하는 말일 뿐이라오. 다만 나의 덕이 멀리 미치지 못하여 아직 두루 덮을 수 없으니 이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오.
  
 그러나 한 삼태기의 흙이 쌓여서 산을 이루는 것처럼, 또한 미약한 것에서부터 드러나기를 바랄 뿐이오. 이에 가사를 걸치고 석장을 잡고서, 맑은 물을 마시고 반야를 읊는 것이오. 비록 제후의 옷을 입고 여덟 가지 맛있는 반찬을 갖추어 먹으며, 황홀한 악기 소리를 듣고 휘황찬란한 빛깔을 드러내며 산다 할지라도, 뜻을 바꾸지는 않겠소.
  
 만약 지난날의 약속에 매달린다면 곧 함께 열반을 기약할 뿐이라오. 또한 사람의 마음이 각기 다른 것은 그 얼굴이 각기 다른 것과 같듯이, 그대가 도를 즐기지 않는 것은 마치 내가 속세를 그리워하지 않는 것과 같소.
  
 양씨여, 길이 이별하여 긴긴 전생의 인연을 이제는 끊소! 이 해도 저물어가고 시간은 나와 함께 하지 않는구려. 도를 배우는 사람은 나날이 덜어내는 것으로 뜻을 삼아야만 하고, 세속에 머무는 사람은 때맞추어 힘써야 하오.
  
 그대는 나이와 덕이 모두 한창 때이니, 마땅히 사모하는 사람을 빨리 찾아야 할 것이오. 도사에게 마음을 뺏겨 좋은 시절을 놓쳐서는 안 되오.”
  다섯 수의 시를 지어 여자의 시에 회답하였다. 그 첫 수의 시는 다음과 같다.
  
   기회건 시운이건 멈추어 주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 세월은 지나가며
   큰 바위도 다할 때를 만나니
   겨자씨도 어찌 많다 하겠소.
  
   참으로 가는 것은 쉬지 않으므로
   시냇가에서 탄식하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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